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는 공식적으로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위헌 결정을 내린 후 입법 공백을 해결해야 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국회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특히 수도권보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 여성들은 낙태 시술과 상담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헌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지만, 입법 미비로 인한 혼란과 불안은 여전합니다. 본 글에서는 낙태죄 폐지 이후 입법 공백이 지역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의 현실 – 제도는 사라졌지만 대안은 없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며 형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낙태죄는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새로운 법안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의료 현장에서는 ‘불법은 아니지만 합법도 아닌’ 혼란스러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여성들은 여전히 법적·사회적 불안 속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문제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일부 병원은 내부 지침에 따라 낙태 시술을 제공하지만, 지방 병원이나 보건소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시술을 거부하거나, 의료진이 법적 책임을 우려해 회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지역 여성들의 의료 접근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으며, 의학적 위험과 정신적 고통을 동시에 유발하는 요인이 됩니다.
의료 서비스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 보완 없이 낙태죄만 폐지된 것은 사실상 ‘절반의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 미혼모, 청소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 여성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지역 간 불균형은 여성 인권의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역 여성들의 현실 – 선택할 수 없는 권리
법적으로는 낙태죄가 사라졌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현실적인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료기관이 적고, 낙태 시술을 진행하는 병원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 수도권 병원을 찾아야 시술이 가능할 정도로 낙태 시술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지역 여성들은 의료 정보의 접근성, 상담 서비스의 부재, 병원의 회피 등으로 인해 낙태와 관련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단체나 인권단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부 지역 여성들은 임신 중지를 위해 비공식적이고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는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더불어 청소년이나 미혼모처럼 보호와 지지가 절실한 이들에게는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됩니다. 가족이나 학교, 지역 사회의 눈치를 보며 의료기관을 방문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법적 보호 장치조차 없다는 점은 제도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수도권 여성만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국 어디서나 동등한 의료 서비스와 정보 접근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낙태죄 폐지가 될 수 있습니다.
입법 지연의 사회적 비용 – 의료진, 여성, 모두가 피해자
입법 공백은 여성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심각한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1년 발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며, 산부인과 의사들은 명확한 지침 없이 시술을 할지 말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진료 거부와 의료 공백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여성은 물론 의료진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시술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는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비공식 시술소나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유통 등이 그 예입니다. 이는 여성의 건강을 더욱 위협하며, 국가가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피해는 계속해서 누적됩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려는 헌재의 취지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낙태죄 폐지는 단순히 법의 삭제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제도와 서비스, 교육, 안전망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하는 전환의 시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를 마련하지 못한 책임은 입법부와 정부에 있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여성과 의료 현장이 혼란과 불안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낙태죄는 폐지되었지만, 그 이후를 책임져야 할 법과 제도는 6년이 지나도록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방 여성들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보가 부족하며, 안전한 시술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여성의 권리는 종이 위의 이론이 아닌, 실제 삶에서 보장되어야 합니다. 국회는 더 이상 입법을 미루지 말고, 여성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조속한 입법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입법 공백이 아닌, 실질적인 권리 보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