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600년간 활동이 없던 유럽 남부의 벨로네 화산이 갑작스럽게 분화했다. 이 화산은 1420년 이후로 단 한 번의 화산 활동도 없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으며, 지역 주민들과 정부 기관은 해당 화산을 사실상 ‘사화산’으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관련된 복합적 요소들이 화산 활동을 다시 활성화시킨 것으로 분석되면서,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단지 대기와 해양에 국한되지 않고 지각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분화는 화산폭발지수(VEI) 5급 수준으로, 상당한 규모의 분화였다. 화산재는 약 15km 상공까지 치솟았으며, 이산화황을 비롯한 유해 가스가 대기권에 다량 방출되었다. 이는 유럽 일부 지역에서 단기적인 기온 저하와 항공 교통 중단, 호흡기 질환 급증 등의 사회적 여파로 이어졌다. 분화 2일 전부터 지역 지하수 온도 상승, 미세 지진 빈도 증가,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지만, 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화산이라는 점에서 초기 대응은 미흡했다.
기후변화가 화산 활동에 미치는 영향
기후 변화와 화산 활동의 연관성은 최근 학계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빙하가 녹아 지각에 가해지는 압력이 감소하면서 마그마의 상승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알래스카에서 실제 빙하가 급격히 후퇴한 후, 인근 휴화산에서 지각 변동과 가스 분출이 감지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강우량의 극단적 변화 역시 화산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뭄 후 폭우가 내리면 화산 지하 구조 내의 수압이 급변해 기존 균열을 넓히고 마그마 상승 경로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동남아시아 일부 화산대에서 이와 유사한 시나리오의 분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지질학자들은 기후 변화와 지각 활동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상관관계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화산 활동 예측 시스템에 기후 데이터를 통합하고, 위성 기반 모니터링과 AI 분석 기술을 접목하는 등 보다 정교한 경보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예측 시스템의 한계와 과제
기존의 화산 모니터링 시스템은 주로 지진계, 지각 변위 센서, 화산가스 측정 장비 등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들은 통상 ‘활화산’으로 분류된 화산에만 집중 설치되어 있어, 휴화산이나 사화산으로 분류된 지역에는 거의 설치되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장기간 활동이 없었던 화산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긴급 상황 발생 시 대피나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벨로네 화산 역시 이러한 사례 중 하나다. 위성 영상에서는 분화 수개월 전부터 미세한 지표 융기와 가스 분출이 포착되었지만, 현장 장비 부족과 정보 통합 미흡으로 인해 사전 경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향후 화산재해 대응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영향과 정책적 대응
화산 폭발은 단순한 자연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 농업, 기후, 보건,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복합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번 벨로네 화산 폭발로 인한 항공편 2,400편 이상 취소, 4개국 농작물 생산량 감소, 유럽 전역의 태양광 발전량 일시 감소 등의 사례는 그 단면일 뿐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예상치 못한 재해’의 빈도와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전 지구적 재난 대응 전략 또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단순히 이산화탄소 감축과 같은 전통적 기후 대응책을 넘어, 기후가 불러올 수 있는 지질학적 변화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연결된 지구, 분리된 대응은 없다
벨로네 화산의 폭발은 단지 한 번의 자연 재해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 시스템의 복합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다.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 변화가 지구 내부 시스템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재난은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더 이상 기후 변화와 화산 활동, 지진을 별개의 영역으로 볼 수 없다. 다가올 시대에는 이 모든 요소가 연결되어 있으며, 한 가지 변화가 연쇄적으로 다른 시스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환경 관리와 재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과학과 정책,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