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시민과 게스트의 일상에서 빛나는 서사를 발견하는 대화형 예능이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편안한 호흡으로 질문을 던지고, 웃음 사이사이 침묵과 여백을 배치해 진심을 끌어낸다. 이 글은 두 진행자의 역할과 인터뷰 문법, 그리고 프로그램이 남긴 문화적 의미를 심층 해부한다.
유재석: 공감의 질문법과 진행 미학
‘유퀴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재치 있는 질문과 따뜻한 리액션을 떠올리게 된다. 그 중심에는 유재석의 ‘공감형 진행’이 있다. 그는 정보를 캐묻기보다 상대의 감정 곡선을 따라간다. 가령 “그때 어떤 기분이셨어요?”처럼 결과가 아닌 감정을 묻는 질문은, 출연자가 기억의 문을 열고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를 꺼내도록 돕는다. 이후에는 요약과 반영을 통해 핵심을 정리한다. “그러니까 ○○님은 실패를 겪고도 다시 도전하셨군요”라는 식의 리플렉팅은 인터뷰의 방향을 ‘사실 나열’에서 ‘의미 탐색’으로 전환시킨다.
진행 리듬도 탁월하다. 빠른 템포로 몰아붙이는 대신, 웃음이 터진 직후 1~2초의 조용한 여백을 준다. 이 순간 출연자는 방어를 풀고 한층 깊은 진심을 건넨다. 유재석은 이 여백을 ‘타이밍’으로 환원시켜 다음 질문을 얹는다. “그 웃음 뒤에는 어떤 시간이 있었나요?” 같은 후속 질문은 가벼움과 진지함이 자연스레 맞물리게 한다. 또한 그는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출연자의 직업·연령·이력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일상”이라는 공통분모를 찾는 데 능하다. 교사에게는 교실의 땀 냄새를, 자영업자에게는 새벽 상차의 무게를, 과학자에게는 실험 실패의 허탈함을, 배우에게는 대본의 여백을 묻는다.
유재석의 리액션은 ‘증폭’보다 ‘증언’에 가깝다. 과장된 감탄 대신 “그럴 수 있겠다”는 말로 감정을 붙들어 준다.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살짝 덧붙여 출연자의 말에 다리를 놓는다. “저도 그럴 때 있었어요”라는 짧은 자기 공개는, 인터뷰의 권력 비대칭을 줄이고 대화를 수평으로 만든다. 그 결과 ‘유퀴즈’의 질문은 출연자에게 “내 이야기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감각을 남기고, 시청자에게는 “나도 다음 질문을 건네볼까”라는 작은 용기를 전한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그의 질문은 세 단계로 구조화된다. ① 상황 설정(콘텍스트 확인) → ② 감정·의미 확인(왜? 어떤 느낌?) → ③ 확장·전이(지금의 삶/가치로 연결). 이 구조는 어느 직업군에도 적용 가능해 인터뷰의 보편성을 높인다. 현장에서 그는 상대의 단어를 반복해 돌려주는 미러링, 핵심 단어를 붙들어 키워드를 확장하는 라벨링, 그리고 이야기를 다음 장면으로 넘기는 브리징까지 유연하게 구사한다. 이 미세한 기술이 모여 ‘유재석식 인터뷰’라는 미학을 완성한다.
조세호: 리듬 메이커이자 현실 동반자
‘유퀴즈’의 공기를 살아 있게 만드는 또 한 축은 조세호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에 ‘생활의 언어’를 투입해 대화를 풀어낸다. 전문 용어나 무거운 주제가 길어질 때 “그럼 밥은 언제 드세요?” 같은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 정보와 감정 사이의 환기를 만든다.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은 출연자의 하루 루틴과 태도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고, 시청자가 자신의 삶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손잡이를 제공한다.
조세호의 유머는 ‘대상화’가 아닌 ‘자기희화’에서 출발한다. 스스로를 살짝 낮추는 농담은 출연자의 긴장을 풀고, 인터뷰의 온도를 사람 사는 이야기로 내려놓는다. 또한 그는 ‘반응의 기술’이 뛰어나다. 출연자의 말 속 작은 포인트—표정 변화, 손짓, 말끝의 머뭇거림—를 포착해 “거기서 조금만 더요”라고 가볍게 요청한다. 덕분에 지나칠 뻔한 디테일이 살아나고, 장면은 입체감을 얻는다.
두 진행자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유재석이 의미의 길을 열면 조세호는 리듬을 조정하고, 반대로 조세호가 웃음의 진폭을 키우면 유재석은 다시 내러티브의 중심으로 돌아오게 한다. 이 투톱의 왕복은 인터뷰 내내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질문이 다소 어려워졌다면 조세호가 “그럼 쉽게 말해서…”라고 번역하고,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이 맺히면 “잠시 물 한 모금 하시죠”라며 속도를 늦춘다. 이 섬세한 조정은 ‘유퀴즈’가 정보와 감동, 유머 사이에서 과장되지 않고 진솔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현실 동반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는 ‘시청자 대표’처럼 당연하지만 누구도 묻지 못한 질문을 대신 던진다. “월말에 적자 나면 어떻게 버티셨어요?”, “가족은 뭐라 하시던가요?” 같은 생활형 질문은 출연자의 가치관·의사결정·관계 맥락을 드러낸다. 또한 현장 밖 확장 콘텐츠—촬영 후 인증샷, 소소한 먹방, 짧은 브이로그—에서도 친근함을 유지해, 프로그램의 이야기가 방송 시간 밖에서도 이어지게 만든다. 요컨대 조세호는 분위기를 살리고, 리듬을 조절하고, 현실의 손잡이를 쥐여주는 인터뷰의 공동 설계자다.
인터뷰의 힘: 일상 속 비범을 발견하는 방식
유퀴즈의 인터뷰는 ‘유명인 서사’에 갇히지 않는다. 평범한 직장인의 이직기, 동네 사장님의 창업기, 연구자의 실패 기록, 예술가의 창작 노트, 공공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업무 일지까지, 일상에서 비범이 솟는 순간을 포착한다. 형식은 간명하다. ① 살아온 길의 곡선, ② 굽이에서의 선택, ③ 선택 이후의 책임. 이 세 축을 따라가면 누구의 인생도 한 편의 서사가 된다.
인터뷰 문법 측면에서 프로그램은 ‘좋은 질문’을 계속해서 증명한다. 좋은 질문은 대답을 강요하지 않고, 출연자가 자신의 언어로 생각을 다시 구성하게 만든다. “그 일을 하며 가장 두려웠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그럼에도 계속한 이유는요?” 같은 질문은 성공담을 미화하지 않고, 실패·두려움·의심이라는 보편 감정을 끌어올린다. 이어지는 후속 질문은 청자의 맥락을 고려해 열린 상태로 머문다. 정답보다 ‘왜’와 ‘어떻게’를 묻는 태도는 시청자에게도 질문 습관을 전염시킨다.
연출·편집은 인터뷰의 ‘여백’을 살린다. 과도한 자막이나 강한 음악으로 감정을 지시하지 않고, 표정·손짓·숨소리 같은 비언어적 신호에 시간을 준다. 장면 전환 시 공간의 음향—카페의 컵 부딪히는 소리, 골목의 발자국, 새벽 도로의 공기—를 남겨 현실감을 확보한다. 장소도 이야기의 일부다.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사진, 수첩에 눌린 메모, 안전모에 묻은 페인트, 가게의 포장 테이프 소리까지, 물건과 소리가 증언을 보강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회복의 서사’를 다룬다. 실패를 재해석해 다음 선택으로 연결하는 장면, 상실을 애도한 뒤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장면, 긴 불확실성 끝에 작은 루틴을 지키며 체력을 회복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는 자신의 생을 비추는 거울을 얻는다. 인터뷰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방송을 본 뒤 진로를 바꾸고, 어떤 이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고, 또 어떤 이는 오랜 숙제를 오늘의 작은 행동으로 바꾼다. 유퀴즈의 인터뷰는 그래서 ‘장면’이 아니라 ‘행동’으로 완성되는 형식이다.
확장성도 크다. 방송 본편 외에 하이라이트·클립·비하인드·스핀오프를 통해 다양한 터치포인트를 만든다. 플랫폼별로 최적화된 길이와 구성을 취해, 깊은 서사는 본편에서, 가벼운 웃음과 포인트는 클립에서 소비된다. 이 분화 전략은 다양한 시청층을 포용하고, 입문자를 팬으로, 팬을 지지자로 전환하는 징검다리가 된다. 결과적으로 ‘유퀴즈’는 인터뷰의 형식을 재활성화하며, 대중 예능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일을 수행한다—사람의 이야기를 사람답게 전하는 것.
‘유퀴즈’의 가치는 두 진행자의 공감형 호흡, 생활의 언어로 이어 붙이는 유머, 여백을 살린 인터뷰 문법에서 나온다. 다음 회차를 볼 땐 질문의 구조와 호흡을 함께 감상해 보자. 그리고 화면을 끈 뒤, 오늘 내 주변 사람에게 한 가지 질문을 건네자. 좋은 질문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가장 쉬운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