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명목으로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대출 총량 규제, 개인 DSR 강화, 고금리 유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해 주거를 유지하는 서민층에게는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전셋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주거 불안정이 확산되는 현실을 낳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은행의 전세대출 규제 현황,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 그리고 제도적 대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세대출 조이기의 배경 – 부동산과 금융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
전세대출은 원래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금융 상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제도가 일종의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일부 다주택자와 갭투자자들이 전세대출을 이용해 부동산을 추가 매입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2024년 하반기부터 규제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25년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의 심사를 강화하고 한도도 축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임차보증금 전액에 가까운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LTV(담보인정비율)이 70%로 제한되거나, 심지어 일부 은행에서는 전세가 대비 대출한도를 60% 이하로 낮추는 내부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강화되면서, 연소득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이 현저히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대출 막히는 현실 – 피해는 서민에게 집중된다
실제로 전세대출 조이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계층은 청년, 신혼부부, 자영업자 등 대출에 의존해 주거를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입니다. 특히 수도권은 전세가격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자금 없이는 전세 입주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러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실제로는 대출이 가능해도 시간 지연, 서류 보완 요청, 보증 기관 추가 조건 등으로 인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은행권의 자율 규제와 보증 기관의 승인 거부는 비가시적인 신용 차별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조건이라도 직장 형태, 소득 증빙 가능성, 가족 구성 등에 따라 심사 결과가 극명히 갈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비정형 소득자는 정규직에 비해 불리한 조건으로 심사받고 있으며, 이는 금융 접근성의 불균형 문제를 드러냅니다.
게다가 금리 역시 큰 부담입니다. 2025년 현재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연 4.5%~6% 수준으로, 2년 전보다 2배 이상 오른 상황입니다. 대출 금액이 2억 원이라면 월 이자만 수십만 원에 달하게 되며,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는 실질 소득 감소 효과를 낳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주거 비용 상승을 넘어, 청년층의 결혼 포기, 출산 기피, 사회적 고립 문제로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정책 공백과 제도적 대안 –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설계 필요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보호는 유지하되, 부동산 투기 방지는 철저히’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정책 실행 단계에서 일괄 적용되기 때문에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안 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세대출을 받은 후 일정 기간 내 실입주하지 않으면 대출을 회수하는 조건이 생기면서, 전세 계약 이후 이사 일정을 조율하지 못한 세입자가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보증 기관인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HUG 등은 리스크를 이유로 고위험 지역 또는 고령 임대인의 집에 대한 보증을 꺼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전세대출의 지역 및 계층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신혼부부 전용 대출 상품 강화, 소득 기반 보증 강화, 정책 금융 기관 중심의 직접 대출 시스템 확대 등이 거론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나 독일은 공공기관이 직접 중개 또는 보증하는 주택금융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소득이 낮더라도 주거 안정성을 일정 수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청년층과 무주택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 증빙 방식의 유연화, D-DSR(유연형 DSR) 도입 등이 필요합니다. 대출 상환 능력을 연령별, 직종별로 보다 정교하게 판단하여, 기계적인 기준이 아닌 맞춤형 심사 체계를 도입해야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전세대출 조이기는 금융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민의 주거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 신혼부부,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는 정책의 빈틈 속에서 더 큰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대출 문제가 아닌 주거권, 사회 안전망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다시 정비해야 합니다. 모든 규제에는 예외와 유연성이 필요하며,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금융이 닿을 수 있는 설계가 절실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금융 규제의 방향을 ‘차단’이 아닌 ‘선별’로 바꿔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변화된 금융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