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는 체내 칼슘 대사의 조절 등에 관여하는 지용성 비타민의 한 종류이다. 우리 몸에서 칼슘 흡수를 돕고 뼈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 성분입니다. 최근에는 면역 기능, 기분 조절, 심혈관계 건강 등 전반적인 웰빙에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 비타민D 결핍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합니다. 햇빛도 풍부하고 식생활도 발전된 나라에서 왜 비타민D 부족이 이렇게 심각한 것일까요? 그 이유를 한국인의 식습관, 일조량과 생활습관, 그리고 실제 결핍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비타민D 부족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해서 안내하고자 합니다.
식습관: 동물성 식품 회피와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생활
한국의 전통 식단은 김치, 된장국, 나물, 밥 등 식이섬유와 발효식품이 풍부한 건강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식단은 비타민D의 주요 공급원인 동물성 식품과는 거리가 멉니다.
비타민D는 대표적으로 연어, 정어리, 고등어 같은 기름진 생선, 소간, 달걀 노른자, 버섯류, 강화 우유 등에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인의 평균 식탁에서는 이들 식품의 섭취 빈도가 낮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생선보다 삼겹살이나 가공육, 밀가루 음식, 배달 위주의 식습관을 선호해서 필수 영양소 섭취의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또한, 한국은 강화 식품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우유, 시리얼, 오렌지 주스 등에 비타민D를 강화하여 일상적으로 섭취하도록 유도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러한 제품이 극히 적어 식사만으로 비타민D 요구량을 채우기 어렵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하루 권장 섭취량(600~800 IU)을 맞추기 위해서는 연어 100g을 매일 먹어야 하는 수준이며, 실질적으로는 영양제 보충 없이 음식만으로 권장량을 충족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채식주의나 플렉시테리언 식단을 택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비타민D 섭취는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지양하면서도 대체 식품이나 영양제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 결핍 위험이 더 커집니다.
일조량: 햇빛이 있어도 흡수는 안 되는 도시생활 구조
한국은 지리적으로 햇빛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특히 봄과 가을철에는 일조 시간이 길고 자외선도 적당해 비타민D 합성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비타민D 부족률은 유럽보다 높고, 심지어 북유럽 일부 국가보다도 높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도시 중심의 생활 방식 때문입니다.
현대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냅니다. 학생들은 교실, 직장인은 사무실, 프리랜서는 카페나 집 안에서 일합니다. 출퇴근 시간에도 햇빛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실외 활동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외선 차단제 사용 습관도 비타민D 합성을 방해합니다. SPF 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비타민D 피부 합성이 90% 이상 감소합니다. 특히 여성은 미백, 노화 방지 등의 이유로 자외선 차단제를 사계절 내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타민D 생성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또한, 한국의 겨울은 추위와 미세먼지, 황사로 인해 실외활동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시기입니다. 아파트 위주의 거주 구조, 높은 건물로 인한 일조 차단, 그리고 마스크 착용 등도 햇빛 노출을 방해하는 요인입니다.
이처럼 '햇빛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출할 기회가 없는' 환경이 한국인의 비타민D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결핍률: 한국인 대부분이 결핍 상태에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혈중 비타민D 농도는 약 15ng/mL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권장 최소 수치인 20ng/mL에 못 미칩니다.
- 전체 인구의 약 75~80%가 결핍 또는 불충분 상태
- 20~40대 여성의 결핍률은 85% 이상
- 10대 청소년의 평균 농도는 12ng/mL 이하로 심각한 수준
이 수치는 단순히 '부족한 수치'가 아니라 건강 리스크와 직결됩니다. 비타민D 결핍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뼈 질환: 골다공증, 구루병, 골연화증 등
- 면역력 저하: 감염성 질환 및 자가면역 질환 위험 증가
- 우울증 및 수면 장애: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대사에 관여
- 대사질환: 비만, 당뇨, 고혈압 등과의 연관성 보고됨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와 비타민D 결핍 사이의 상관관계가 다수의 연구에서 밝혀지면서, 면역 기능 강화 차원에서 비타민D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정기적인 혈중 비타민D 농도 측정과 함께, 필요시 고용량 보충제를 통한 치료도 권장하고 있으며, 식단 조절이나 햇빛 노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론
비타민D 결핍은 단순한 영양 불균형이 아닙니다. 이는 현대인의 식습관, 도시 중심의 생활 구조, 문화적 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한국인은 햇빛이 충분한 나라에 살면서도 결핍률이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결핍 상태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검사, 보충제 활용, 식습관 개선,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곧 개인 건강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 비용 절감과 직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