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디지털화된 유통 시장에서 홈플러스는 다른 오프라인 대형 마트들과 비교해 대응이 늦었고, 이제는 일부 점포의 철수나 부동산 개발 전환이라는 ‘생존 전략’까지 고민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주부 소비자층의 이탈은 홈플러스에게 매우 치명적인 타격이 되었습니다. 대형마트 이용 고객 중 핵심인 주부들은 그동안 장보기, 육아, 가정 살림 등 일상의 대부분을 마트에 의존해 왔고, 이들이 이동하고 바뀌는 소비 트렌드는 곧 유통업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기준선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홈플러스 위기를 중심으로 주부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그들이 외면한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선택지를 대안으로 삼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또한 홈플러스가 주부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지도 함께 제안합니다.
홈플러스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주부
예전에 홈플러스는 ‘주부를 위한 마트’였습니다. 실속 있는 가격, 다양한 생필품, 아이와 함께 와도 불편함이 없는 매장 환경은 홈플러스를 찾는 주부들의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홈플러스는 빠르게 주부들의 선택지에서 배제되기 시작합니다. 이 변화의 원인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 약화나 점포의 폐점만의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주부 소비자들이 기대한 '생활스타일 대형마트'으로서의 역할 상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다른 온라인 대형 마트의 출현에 뒤늦은 후발주자
주부들은 코로나19 이후 대면 쇼핑의 불편함을 피하고자 온라인 장보기를 빠르게 일상화했습니다. 특히 마켓컬리, 쿠팡, 헬로네이처 등은 신선도와 배송 속도로 주부층의 신뢰를 빠르게 얻었습니다. 반면에 홈플러스몰은 앱의 UX/UI가 복잡하고 배송 속도, 품질, CS 대응 모두에서 기대치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번 이용하고 불편해서 안 쓴다’는 리뷰가 반복되며 자연스레 이탈로 이어졌습니다.
2. 체험형 매장 기능 부재
현대의 주부들은 쇼핑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쉬고, 먹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합니다.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스타필드,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은 이러한 니즈에 부합하는 ‘체류형 쇼핑 공간’으로 변신했지만, 홈플러스는 여전히 10년 전 그대로인 매장 구조와 동선, 콘텐츠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3. 가격 대비 제품의 만족도 저하
주부들은 가격이외에도 제품의 품질, 구색, 구매 편의성 등을 다양한 요인들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이전에는 홈플러스의 PB상품이 가성비 면에서 유리했으나, 그러나 최근에는 타사 대비 상품 다양성이 부족하고 신선도 마저 떨어져서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피코크, 노브랜드 및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같은 강력한 PB 브랜드와 비교할 때, 홈플러스는 이렇다 할 소비자 기억에 남는 PB 상품군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부 소비자들의 새로운 소비패턴
중요한 것은, 홈플러스를 떠난 주부들이 단순히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소비행태가 보다 정교하고, 세분화된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1. 구매 채널의 다중화
예전처럼 마트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소비 방식은 사라졌습니다. 요리는 쿠팡에서 재료를 사고, 육아용품은 스마트스토어에서, 식사는 동네 편의점 간편식으로 해결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을 혼합 사용하는 소비 구조로 전환되었습니다. 홈플러스처럼 ‘모든 걸 한 곳에서 해결한다’는 콘셉트는 오히려 낡은 전략이 되었습니다.
2. 소비자의 '가치 중심 소비'
주부 소비자들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싸고 많은 것’보다 가치와 철학이 담긴 소비를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친환경 포장, 로컬 농산물, ESG 기반 생산과 같은 요소를 소비 판단 기준에 포함시키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3. 정보 탐색 기반 소비 결정
맘카페, 인스타그램, 유튜브, 리뷰 플랫폼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타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는 소비행동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홈플러스는 이처럼 고도화된 소비자 조사 행동에 응답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할인 중심 마케팅만 반복해왔습니다.
4. 리셀·중고 시장에 대한 개방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의 재사용 플랫폼에 대한 이용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그리고 가치 있게 소비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홈플러스 같은 대형 유통 체인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개인화된 가치 소비’ 영역입니다.
주부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홈플러스의 전략
주부 소비자층은 단지 마트 고객이 아니라, 유통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소비 주체입니다. 따라서 홈플러스가 진정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일상’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1. ‘생활형 복합 플랫폼’으로 리브랜딩
홈플러스는 단순 쇼핑몰을 넘어, 지역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복합 공간으로 매장을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 키즈존 + 수업공간 + 편의식 전문관 + 카페 + 공유주방 형태의 통합적 경험 공간
2. PB상품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
가격 경쟁이 아닌 스토리 있는 상품, 로컬 연계형 PB, 맞춤형 카테고리별 패키지 등으로 기존 PB전략을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3. 주부 커뮤니티 타겟 디지털 마케팅
단순한 이벤트나 광고가 아닌, 맘카페 협업 콘텐츠, SNS 장바구니 인증 릴레이, 체험단 운영 등 주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합니다.
4. 모바일 쇼핑 환경의 전면 개편
홈플러스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불편하고 비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를 개선하고 검색-선택-배송까지의 전 과정 최적화,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도입해 ‘홈플러스몰이 더 편하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홈플러스의 미래는 주부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유통 시장은 결국 ‘사람’의 선택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주부 소비자가 있습니다. 그들은 가격만을 보는 고객이 아니며, 시간, 품질, 가치, 경험, 감정까지 고려하는 고도화된 생활 소비자입니다.
홈플러스가 주부를 놓쳤다는 것은 단순히 매출 하락의 원인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신뢰의 기반이 흔들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을 되찾기 위한 전략은 결코 단기적인 할인 이벤트로 해결되지 않으며, 일상의 복원, 신뢰의 재구축, 가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 설계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홈플러스가 ‘대형마트’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결국 퇴장의 서막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중심에 주부의 일상과 요구를 다시 품을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대형마트로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